“MBTI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에 대한 의견

지난주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관심이 가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MBTI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원문 – Why the Myers-Briggs test is totally meaningless)

이 글을 읽고 나서 든 몇 가지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일부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고, 반론을 펼치고 싶은 부분도 있다.
(나는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이 MBTI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다. 다만, MBTI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의견이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많은 사람들이 MBTI에 대해 오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참유형(True Type)’, ‘최적유형(Best-fit Type)’, ‘검사결과 유형(Reported Type)’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MBTI에서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타고난 ‘참유형’이 있다고 가정한다. 참유형이란 마치 오른손잡이냐 왼손잡이냐와 비슷한 개념이다. 살아가면서 훈련에 의해 양손을 모두 적절히 사용할 수도 있고 어느 한 쪽 손만 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둘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날 때부터 정해져있으며 바뀌지 않는다. 참유형은 개념적인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틀림없이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고 가정할 뿐이다.

‘검사결과 유형’은 말 그대로 MBTI 검사지를 통해 얻은 유형이다. 문제는, 검사결과 유형이 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온갖 노이즈가 뒤섞인 결과라는 점이다. 과거의 경험, 살아온 환경, 현재 직업에서 받는 요구, 사회적 분위기, 내가 바라는 모습 등이 한데 엉켜있다. 검사결과 유형을 토대로 참유형이 무엇일지 탐색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끊임 없이 “내가 누군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해답을 고민한 후에, 스스로 자신의 참유형에 가장 가깝다고 결론을 내리는 유형이 바로 ‘최적유형’이다. 최적유형은 다른 사람이 대신 정해줄 수도 없으며, 오로지 본인만이 자신의 최적유형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

  • 참유형(True Type) – 모든 개인에게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개념 상의 유형
  • 검사결과 유형(Reported Type) – MBTI 검사도구에 개인이 응답한 결과로 표현된 4가지 문자
  • 최적유형(Best-fit Type) – 응답자가 자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근거로 해서, 자신에게 가장 정확한 개념을 제공한다고 확인한 유형

따라서, 내면 탐색과정이 없는 MBTI는 전혀 무의미하다. 인터넷 등에서 테스트해보고 유형 해설을 읽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류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MBTI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글을 쓴 조셉 스트롬버그는 과학 전문 기자로 보인다. 당연히 모든 사물을 과학적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 사람이다. 다만 MBTI 자체에 대한 이해는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MBTI가 확산에 치중한 나머지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조셉 스트롬버그의 견해에 대한 나의 이견은 이렇다.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

한의학을 예로 들어보면, 서양에서 해부학이 발달한지 수백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나 “경락”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기나 경락을 진료에 이용할 수 있을까? 비단 한의학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 유용하지만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수없이 많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삶에 도움이 되는가?”이다.

“심리학에 대한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만들었다”

이제 한 사람이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모아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거의 모든 연구가 팀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별히 높은 성과를 올린 연구 역시 살펴보면 개인이 혼자 이루어낸 경우는 거의 없다. 캐서린 브릭스(Katharine Briggs)가 최초로 MBTI 연구를 시작한 때는 1918년이고 1920~30년대에 수많은 자료들을 모으면서 조금씩 그 이론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 같은 사람이 정식 교육 과정에서 얼마나 열등생이었는지 잘 알고 있다. 한 개인이 이미 구축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을 이루어낸 마지막 시대가 20세기 초반이다. MBTI 연구가 이 시기에 시작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검사의 결과가 매우 일관성이 없다”

참유형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검사결과 유형은 개인의 라이프 스토리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따라서, 검사 결과가 매우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오해는 앞서 언급한 바처럼 참유형, 최적유형, 검사결과 유형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검사결과 유형이 이전과 달라졌다면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것이 좋다.

“MBTI의 인기는 거대한 마케팅 시스템 덕분이다”

미국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MBTI의 판권사인 CPP가 얼마나 상업적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한국 MBTI 연구소어세스타에서 만난 분들을 보면서, MBTI를 통해 얼마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시는지 많이 겪어보았기 때문에 그 진정성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한국 MBTI를 도입하신 분들이 종교계에 계신 분들이다보니, 한국에서는 주로 상담 쪽에서 MBTI를 활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이 특이한 경우다. 다른 나라에서는 MBTI를 주로 기업에서 많이 활용한다. CPP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기업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분명히 원래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해볼 수 있다. 그 역효과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어느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초기 교육은 다소 흥미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고, 일반강사 자격을 따는 데도 벽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MBTI를 어설프게 배워서 조셉 스트롬버그의 지적처럼 주위에 오락거리로 전파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1) 우선 MBTI를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지금도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겠지만 충분하다고 볼 순 없으며, 그 방향이 올바른지도 의심스럽다. 이젠 넓이보다는 깊이에 집중할 때가 아닐까.

2) 둘째로 MBTI는 ‘내면 탐색의 도구’임을 지금보다 더욱 강조해야 한다. 나의 장점과 단점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MBTI의 가장 큰 장점이다. 조금 극단적인 수도 있지만, 자신의 최적 유형도 결정하지 못한채 검사결과 유형만을 가지고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그룹 작업이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MBTI가 타인과의 상호 작용에도 크게 유용할 수 있지만, 그것은 내 문제가 확실히 정리된 이후에나 다룰 수 있는 문제다.

3) 마지막으로, 일반강사 취득 이후의 교육 과정 개발이 시급하다. 나는 더 깊이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현재 수준의 이해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현실적으로 없다는 데 많은 아쉬움이 있다.

널리 알려져 있으나 깊은 이해가 부족한 주제에는 항상 오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오해를 극복해내고 MBTI가 사람들의 삶에 지금보다 더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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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MBTI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에 대한 의견

  1. 일반인이 MBTI에서 도움을 얻었다고 하는 경우가 바로 MBTI의 오용입니다. MBTI는 경력을 갖춘 후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들이 심리검사용으로 쓰이는 것이지만, 현재는 기업에서 자격없는 간부들이 채용을 위해 오용하고 있다는게 기사의 내용 중 하나였지요.

    1.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다시 봤는데 “기업에서 자격없는 간부들이 채용을 위해 오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기업에서 채용을 위해 MBTI를 사용하고 있고, 검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언급이 있네요.
      이 부분에서 오용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에는 100% 공감합니다. 저도 이런 용도로 MBTI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우선 MBTI는 철저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도구로 사용을 하자는 것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서로 충분한 신뢰를 갖춘 또는 서로를 알고자 하는 욕구가 높은 소규모 조직에서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이 MBTI에서 도움을 얻었다고 해서 무조건 오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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