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빅텐트 서울 2012 참가 후기

오늘은 하루 휴가를 내고 구글에서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인 ‘빅텐트 서울: 차세대 혁신을 향해‘에 참석하고 왔다. 장소는 신사역 인근에 위치한 고급 웨딩홀인 빌라 드 베일리. 미리 참가 신청을 해 두었던 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했는데, 참가자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도 선착순일듯…

9시 10분 쯤 도착했는데, 행사장 앞 로비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서 매우 혼잡스러운 느낌이었다.

구글 코리아 염동훈 대표의 간단한 환영 인사 이후에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었다.

 

한국 인터넷 혁신의 어제와 오늘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전길남 게이오기주쿠 대학교 교수님의 강연. 재일교포이셔서 그런지 발음을 알아 듣기가 쉽진 않았다.

  • 한국에서 초기 인터넷 혁신이 가능했던 요인 – System Engineering(적절한 문제 정의), 성공에 대한 갈구, 협력, 행운
  • 2012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는 20억, 2020년에는 50억으로 추정. 5,000만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50억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 우리의 혁신을 위해서는… – 세계 인터넷을 주도하는 국가, 세계를 이끄는 기업과 기술력, 그리고 Digital Common(빅텐트 처럼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모이는 자리)이 필요

 

혁신을 위한 교육

월스트리트 저널의 에반 람스타드의 진행으로 모두 4명의 패널(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님, 제스퍼 김 이화여대 교수님, 낸시 컨래드 컨래드 재단 회장, 그레이엄 브라운-마틴 러닝 위드아웃 프런티어스 창시자)이 토론을 진행한 시간이었다.

  •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나 교육 시스템은 19세기에 머물러 있음. 그러면서도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는 아이러니. 교육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
  • 변화는 느리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중. 예전에 대학을 가는 방법은 학력고사 한 가지였지만 현재는 다양한 전형이 존재
  • 교육을 통해 정답이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지 못함
  • 한국은 성공에 대한 정의가 매우 편협한 사회. 한국은 더 많이 실패하고 그 실패를 용인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 및 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방법

역시 람스타드의 진행으로 4명의 패널(데이브 맥클러 500 스타트업스 창업자, 제프 린 시더스 대표이사, 알렉스 타보록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진진하게 경청했던 시간이었다.

  • 성공하는 창업가들의 공통점 – “CRAZY!” 다른 영역에서는 분명히 실패할 것 같은 독특한 사람들이 많음. 성공한 기업가들을 보면 삶이 전형적이지는 않음
  • 기성 세대의 의견에 반대하는 역발상이 필요. 정형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
  • 한국에서 선호하는 신랑감 1등-잘생긴 공무원, 2등-못생긴 공무원, 3등-이혼한 공무원
  • 몇 가지 성공 방정식만 강요하고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교육이 문제. 학생들의 꿈 속에 창업이 없음. 어린 시절부터 창업에 대한 꿈을 심어주어야 함
  • 실리콘밸리는 미국에서도 특이한 곳. 문화 뿐만 아니라 법률 지원도 중요. 실리콘밸리에는 직원에 대한 비경쟁 조항이 없기 때문에 동종 업계에서 창업 및 이직이 매우 활발함. 기업의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으나, 창의와 모방이 활발하게 발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혁신과 가치 부여에 도움이 됨.
  •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창업-성장-인수로 이어지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거의 없음.
  • 빨리 작은 실패를 자주 경험하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

 

그 다음으로는 짧게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의 간단한 혁신 사례 발표가 있었다. 카카오가 직면한 세 가지 이슈 모두 국내의 규제 때문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카카오가 글로벌 시장 도전에 장애물이 되는 세 가지는 망중립성에 대한 논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이슈, 그리고 청소년 게임 시간 제한이였다. 게임 시간을 제한하기 위해 지금은 수집하지 않는 연령이라는 개인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모순이 우리 인터넷 업계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글로벌 혁신 트렌드와 미래

KBS 심야토론 사회자인 서강대 왕상한 교수의 진행으로 구글 최고 법률 책임자(CLO)인 데이빗 드러먼드와의 대담 시간이었다. 구글의 CLO는 기업의 법률 부문 책임자답게 뭔가 시원한 발언을 살짝 비켜나가는 느낌이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한국 정부가 선규제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인터넷 환경은 그런 환경에서 창의성에 제한을 받으며 문제가 생긴 후에 대처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마디로 국가 단위의 규제는 무의미하다는 것.

 

혁신과 인터넷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

역시 왕상한 교수의 진행으로 4명의 패널(고려대 김기창 교수,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조신 박사, 국회입법조사처 김유향 박사, 홍익대 방석호 교수)이 참여했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김기창 교수님의 말씀이 참 인상 깊었다. “정부는 뭘 안하는게 도와주는겁니다.”

  • 조선, 자동차, 가전 등에서 정부가 큰 역할을 한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인터넷 분야에 적용하여 무언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는 강박이 문제다
  • 전반적으로 인터넷을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 팽배해 있다.
  • 정부가 억지로 개입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또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인터넷을 산업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 미디어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비교적 바꾸기 쉽다. 그러나 이해집단이 얽혀있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 이제 더 이상 정부가 선수로 뛰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런 방식은 시장 형성 초기에나 통하는 방식
  • 대부분의 진흥책과 육성책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규제가 되어 버린다.
  • 정부는 망 중립성, 플랫폼 중립성, 기술 중립성을 유지하는 역할만 하고 불가지론적 입장만 취하면 되지 않을까?
  •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정보를 개방하는 일은 없다. 개방하게되면 그 품질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론의 압박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정부가 뭘 해주리라 기대하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문화, 미디어… 그리고 우리의 삶을 바꾼 혁신 이야기

이번 시간도 왕상한 교수의 진행으로 가디언 ‘데이터 블로그’ 에디터인 사이먼 로저스와 SM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저스가 보여준 영국 가디언 지의 공공정보 활용 및 인포그래픽은 정말 인상 깊었으며, 그런 데이터들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반면에 김영민 대표는 인상에 남은 부분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진형 KAIST 교수가 전체적으로 내용을 정리하면서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를 통해 일단 나를 먼저 돌아보게 되었고 (특히, 창업가 정신에 대한 토론을 보면서), 그리고 이러한 우리 환경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외국 업체인 구글이 나서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참 여러가지 감정이 들게 했다. 어쨌든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구글 코리아 관계 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생겨 우리 인터넷 기업 환경과 문화가 서서히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많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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