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에 AC2 과정을 통해서 MBTI를 처음 접한 이후 (물론 그 전에도 MBTI를 접한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내 삶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패스~) MBTI를 조직 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개인적으로 고심해왔다. 하지만 아직은 개인적 활용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정도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MBTI를 소개했을 때 난생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들 나름대로 MBTI를 접해본 경험이 있었고 각 개인이 갖고 있는 관점도 다양했다. 사실상 제일 골치 아픈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이 현실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경험으로 인한 오해가 상당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러한 잘못된 경험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MBTI를 올바르지 않게 사용한 누군가에게서 얻은 경험인 경우가 많다.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분류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식물을 분류하고, 인종을 분류하고, 종교를 분류하고, 문화를 분류하고, 성별을 분류한다. 세상에 분류의 대상이 아닌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에서 분류와 함께 항상 쌍으로 움직이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권력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항상 분류는 힘이 있는 자의 몫이었다. 중국을 침략한 몽골인이 중국을 통제하기 위해 몽골인, 색목인, 한인, 남인이라는 차별 구조를 만들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양반, 중인, 상민, 천민이라는 계층을 분류한 것은 힘이 있는 지배 계급이었다. 권력을 쥔 자의 분류는 역사적으로도 그 예가 무수히 많고, 이런 분류는 우리 사회에서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인사 담당 부서에서 MBTI 혹은 그와 유사한 유형 테스트를 인사 관리에 사용하는 곳은 많다. 그러나 그 결과가 각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려주거나, 그들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현재의 MBTI 도 힘이 있는 자들이 그렇지 못한 대상을 통제하고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 MBTI는 기술이나 능력이 아닌 선호 경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 MBTI의 결과는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의문의 여지를 갖고 다룰 필요가 있다.
  •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유형은 테스트의 결과가 아니라, 각 개인이 직접 결정할 필요가 있다.

 

MBTI를 분류의 방법으로 보는 시각이 바로 MBTI에 대한 오해의 근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에서 MBTI를 활용할 때 통제의 수단이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관리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자신을 이해하고 개인차를 건설적으로 다루거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본래 MBTI 철학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MBTI는 분류가 아니라 이해와 공감이다.